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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South Africa)

남아공 여행 ③ 피서, 휴양, 서핑의 천국 ‘더반’



아공 동부의 아름다운 황금모래빛 해변을 품고 있는 도시 더반(Durban)은 남아공 백인 중상류층이 선호하는 휴양지이자, 남부의 제프리스 베이(Jeffrey’s Bay)와 함께 남아공에서 가장 유명한 서핑 장소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양이 만들어내는 세계정상급 파도는 물론이고, 무려 6km에 달하는 아름다운 모래사장 ‘골든 마일(Golden Mile)’-흔히 ‘더 마일(The Mile)’로 불림- 그리고 사시사철 온난한 아열대 기후는 말 그대로 ‘휴양’에 최적화된 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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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간 이동은 버스보다 저가항공이 효율적

내가 더반을 찾았을 때에는 부활절 연휴 기간이라 공항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실 처음에는 여행비용을 고려해 요하네스버그에서 바즈버스(Bazbus)로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1일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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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일주일 중 3일(월,수,금)만 운행하는 데다가, 이동시간만 무려 10시간에 달하니 이건 여행이 아니라 차라리 극기훈련이다. 비록 돈은 좀 더 들더라도, 비행시간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저가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남아공에는 네이션와이드항공(Nationwide Airlines), 쿨룰라(Kulula), 그리고 원타임(1time) 총 3개의 저가항공사가 운영중이다. 이번 여행 중 3개사 항공기를 모두 이용해 본 결과, 안정성과 운임에서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자신의 스케쥴에 부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참고로 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더반으로 이동할 때에는 네이션와이드항공(버스 이용시 10시간 소요), 더반에서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할 때에는 쿨룰라(버스 이용시 16시간 소요), 그리고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할 때에는 원타임(버스 이용시 15시간 소요)을 이용했다.

◆ 더반에서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것들

더반에서의 숙소는 제법 부유한 지역으로 구분되는 그레이빌(Greyville)에 위치한 자이벨라 백패커스(Gibela Backpackers)로 정했다. 더 마일까지는 걸어서 25분이면 충분하고, 시내 중심까지는 20분, 그리고 무엇보다 주위에 근사하고 안전한 카페, 레스토랑, 펍(pub)들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호스텔 주인 역시 무척이나 친절하다. 그는 더반 지도에 갈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꼼꼼하게 표시해주는 한편, 주의사항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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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의사항은 이렇다. 첫째, 절대 가지 말라고 표시한 지역은 가지 말 것. 그는 더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각광 받는 유샤카 마린 월드(uShaka Marine World)를 포함해 더 포인트(The Point) 지역은 아예 단념하라고 당부한다. 어두운 저녁은 물론이고, 밝은 낮에도 마약과 매춘이 성행하는 데다가, 부유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둘째, 가도 좋다고 표시한 지역에서도 관광객은 언제나 소매치기의 대상이 되므로, 조심할 것. 특히 관광객이 가장 많은 더 마일 지역에서는 경찰이 있든 없든, 소매치기가 횡횡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셋째, 주말이나 연휴에는 시내로 들어가는 건 가급적 삼갈 것. 더반 역시 여타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공동화 현상-대도시 도심부에 있는 중심업무지구에 밤이나 휴일에는 거주인구가 텅 비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때문에 쉬는 날이면 도심은 건수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부랑자들로 가득하다는 게 그의 진언이다. 마지막으로 밤에 혼자 다니는 건 말 그대로 ‘자살행위’라고 거듭 당부한다. 그래도 꼭 클럽에 가야만 한다면, 반드시 택시를 이용하라며 믿을 만한 택시기사 전화번호를 준다. 그는 택시를 가장한 강도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므로, 가급적 길가에 주차된 택시는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실 지금껏 여행하면서 남아공처럼 호스텔 주인들이 주의에 주의를 당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치안이 불안하다고는 해도 대부분 조심하라는 정도였지, 이처럼 하나 하나 리스트까지 적어가며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당부하니, 슬슬 귀찮기까지 하다. 하지만 경험상, 단언컨대 이들의 충고를 절대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나 역시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토요일 이른 오후에 혼자 시내에 들어갔다가, 서너명의 괴한들로부터 쫓긴 적이 있다. 다행히 다른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봉변을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다.

◆ 환상적인 해변 ‘더 마일’

6km에 달하는 더반의 더 마일은 문자 그대로 광활하다. 기다란 하나의 백사장이 무려 10여개의 해변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때문에 분명 해변은 관광객들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붐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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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렌티 베이(Bay of Plenty)에 돌출돼 있는 부두(Pier)는 서퍼(surfer)들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꽤 나이가 느껴지는 중년층부터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을까 싶을 정도의 어린이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 중 일부는 보다 나은 파도를 즐기기 위해 해안으로부터 수백미터까지 헤엄쳐 나가기도 한다. 새하얀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조그마한 서핑 보드를 딛고 일어서 질주하듯 미끄러져오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짜릿한 쾌감마저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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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과 나란히 조성된 보행자 도로에는 조그마한 공원이나 야외공연을 위한 극장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유럽 여느 도시에서처럼 길거리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찾았을 때 가장 인기 있었던 공연은 모터사이클 묘기였다. 뒷바퀴로 질주하기, 스카이콩콩처럼 깡총깡총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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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뛰기, 공중에서 306도 회전하기, 그리고 누워있는 사람들을 향해 점프하기와 같은 고난도의 묘기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공짜 공연들도 좋지만, 사실 더 마일의 이색 체험 중 하나는 해변가에 위치한 공중수영장이다. 대체 누가 갈까 싶지만, 수영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노쓰 비치(North Beach) 주변에만 무려 3개나 있다. 바다 수영을 못하는 데다가, 혼자 여행중인 내게도 사방이 오픈된 해변보다는 바닷물을 그대로 끌어와 만들었지만, 안전 요원이 상시대기 중인 해변가 공중수영장은 꽤 매력적이다. 게다가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1,000원 정도니 거저먹기가 아닌가?

내가 향한 곳은 노쓰 비치에서 가장 잘 알려진 레이첼 핀레이슨 수영장(Rachel Finlayson Pool).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인파에 내심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야자수 한 켠의 그늘에 자리 잡는다. 이 노천 수영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원래 50mx40m의 풀장은 중앙에 임시 가로막이를 세워, 2개의 단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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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course) 수영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족용은 평균 깊이가 약 1.5m라 어린이 혼자 놀기에는 제법 깊은 편이고, 숙련자용은 평균 깊이가 무려 3m에 달해 발이 닿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모험이다. 숙련자용 풀장에 사람이 적은 탓에 처음엔 이 곳에서 수영을 했지만, 코스로프(course rope) 없이 코스라인(course line)만으로 수영을 하는 게 적응이 안돼, 결국 두 번만에 가족용으로 옮기고 만다. 확실히 바닷물 수영이라 그런지 부력부터가 다르다. 게다가 도난 걱정 없이 가방을 옆에 두고 태닝까지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해질녘 즈음에는 해변가 카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란드(약 1,600원)면, 귀가를 서두르느라 분주한 행락객들 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