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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남아공 여행 ⑥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마법 ‘사파리(Safari)’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한가로이 풀을 뜯는 물소떼, 낮은 나무 사이를 누비며 식사에 여념이 없는 기린들, 그리고 졸린 듯 연신 하품을 하고 있는 사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Channel) 채널에서 익히 봐왔던 장면들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그들을 구경하는 건지, 그들이 나를 구경하는 건지, 그저 물끄러미 서로를 응시할 뿐, 어느쪽도 이 침묵의 대화를 깨려고 하지 않는다. 잠시 뒤 더 이상 관심이 없는 듯 고개를 돌리는 그들을 보며, 서서히 자연에 동화되는 내 자신을 느낀다. 대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그로 인한 자유. 이것이야말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마법이 아닐까? ◆ 대자연과의 위대한 교감 ‘사파리.. 더보기
남아공 여행 ⑤ 완벽한 휴가를 꿈꾸는 이들의 선택, ‘포트 엘리자베스’ 남아공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는 완벽한 휴가를 꿈꾸는 이라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일년 내내 영상 25°C 안팎에 이르는 아열대성 기후와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썬탠을 하든, 하이킹을 하든 최적의 조건이다. ◆ 1등급 수질을 자랑하는 해변 눈부시게 투명한 해변도 포트 엘리자베스의 자랑거리다. 무려 40km에 이르는 기다란 해변은 수질, 환경교육 및 정보 제공, 환경관리 그리고 안전성에서 우수한 해변에만 제공되는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획득,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경사가 완만한 흄우드 해변(Humewood beach)의 모래사장은 바다 수영이 무서운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도전할 만한 장소다. 안타깝게도 내가.. 더보기
남아공 여행 ④ 더반에 새겨진 마하트마 간디의 인생과 철학 사시사철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해변, 서핑을 위한 완벽한 파도¼ 이러한 천애의 자연 환경 외에 더반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20세기의 마지막 성인으로 추앙 받는 ‘마하트마 간디(Mohandas Gandhi)’, 그가 바로 이유다. 인도에서의 잇따른 변호사 사업 실패 이후, 1년간 세스 다다 압둘라(Seth Dada Abdullah)의 소송 사건을 돕기 위해 그가 이 곳 더반으로 건너온 것은 1893년. 당시 더반은 1860년대부터 사탕수수 수확을 위해 유입된 인도인 노예 정착민들과 함께, 인도 본토에서 건너온 자유 인도인들이 한 데 어우러져 커다란 인도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었다. 워낙 인종차별이 보편화돼 있던 시기라, 반 인도인 정서가 높아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착하자.. 더보기
남아공 여행 ③ 피서, 휴양, 서핑의 천국 ‘더반’ 남아공 동부의 아름다운 황금모래빛 해변을 품고 있는 도시 더반(Durban)은 남아공 백인 중상류층이 선호하는 휴양지이자, 남부의 제프리스 베이(Jeffrey’s Bay)와 함께 남아공에서 가장 유명한 서핑 장소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양이 만들어내는 세계정상급 파도는 물론이고, 무려 6km에 달하는 아름다운 모래사장 ‘골든 마일(Golden Mile)’-흔히 ‘더 마일(The Mile)’로 불림- 그리고 사시사철 온난한 아열대 기후는 말 그대로 ‘휴양’에 최적화된 조건들이다. ◆ 도시간 이동은 버스보다 저가항공이 효율적 내가 더반을 찾았을 때에는 부활절 연휴 기간이라 공항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실 처음에는 여행비용을 고려해 요하네스버그에서 바즈버스(Bazbus)로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1일.. 더보기
남아공 여행 ② 인종차별의 산증인이자 현주소 ‘소웨토’ 1976년 6월 16일 오전 10시 30분, 흑인밀집구역 소웨토(Soweto)의 중등교육부터 영어가 아닌 아프리칸어(Afrikaans)로 진행키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해, 수천명의 학생들이 백인들과 동등한 교육권을 주장하며 시위행렬을 위해 올란도 웨스트(Olando West)에 모여든다. 지금껏 이 정도 규모의 시위행렬을 경험하지 못한 지역경찰은 결국 발포를 통한 시위해산을 시도하고, 그 결과 13살 소년 헥터 피터슨(Hector Pieterson)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사망한다. 이 소식을 접한 흑인들은 남아공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를 펼치고, 그 결과 600여명에 달하는 사상사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것이 남아공 인종분리정책(Apartheid) 폐지의 발단이 된 ‘소웨토 봉기(Sweto uprising..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⑥ 스페인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발렌시아'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에 한 군데 정도 더 들러도 좋을 시간이 남았다. 스페인 지도를 펴고 그라나다 인근 도시들을 훑어본다. 천애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말라가(Malaga)나 스페인 내에서 가장 훌륭한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세비야(Sevilla) 정도가 위치상으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는 발렌시아(Valencia)라는 도시로 결정됐다. 이유는 단 하나, 당장 출발할 열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특별한 목적 없이 찾은 발렌시아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발렌시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발렌시아 탐험은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 기운조차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이 시각에 문을 열만한 곳은 성당 정도가 아닐까? 지도를 펼쳐 근처의 ..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④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로카' 신트라를 찾는 여행객 중 대부분은 포르투갈 최대 휴양지인 카스카이스(Cascais)나 유럽 대륙의 최서단인 로카곶(Cabo Da Roca) 중 한 곳을 들른다. 버스 노선이나 관광객 수에서는 카스카이스가 월등히 앞서지만, 신트라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유럽 대륙 최서단(the westernmost point of Europe)이라는 상징적 의미 탓에 로카곶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로카곶을 가려면 신트라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40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아침 6시33분부터 저녁 7시55분까지 총 11번 운행하는 이 버스는 갈라마레스(Galamares), 콜라레스(Colares), 알모카게메(Almocageme), 아조이아(Azoia)를 거쳐 로카곶으로 들어선다. 신트라 기차역에서..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⑬ 잊을 수 없는 섬과 바다의 기억 ‘카프리’ 물감을 풀어놓은 듯 은은한 파란 빛 바다 위에 다듬다 만 조각상처럼 솟아 있는 카프리 섬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방치된 듯 질서 정연하고, 꾸민 듯 수수한 풍경들은 차라리 신비스럽다. 로마 제국의 티베리우스 황제가 왜 로마를 떠나 이 곳에 은둔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카프리는 이미 2,000여년 전부터 ‘지독히 매력적인’ 섬이었던 것이다. 카프리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서두르게 된다. 대충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폴리 중앙역에서 산타루치아 항구행 버스에 오른다.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한 만원 버스는 이리 저리 골목을 누비다가 20여분이 지나서야 산타루치아 항구 옆 카스텔 델로보(일명 달걀성) 앞에 내려준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항구는 한산하다. 시.. 더보기
남아공 여행 ① 남아공 국민들의 날 것 그대로의 삶 ‘요하네스버그’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은 26년간의 옥중생활을 이겨내고 국민투표를 거쳐 당선된 최초의 남아공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Rolihlahla Mandela)’와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나라다. 물론 정치나 역사에 좀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악명 높았던 인종분리정책(Apartheid)과 그 반대의 선봉을 섰던 또 한 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Desmond Mpilo Tutu)’ 대주교도 알고 있겠지만, 여전히 차별과 억압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모를지도 모른다. 남아공의 굴곡진 현대사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하네스버그(Johanesburg)를 가야..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⑫ ‘살레르노’에서 길을 잃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보통은 임기응변으로 적절히 대응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무척 당황해 갈팡질팡할 때도 있다. 살레르노는 내게 있어 후자에 가까웠던 도시다. 살레르노로 향하게 된 건 순전히 나폴리로 가기 위한 경유 목적이었다. 아말피에서 나폴리로 가는 방법은 소렌토로 되돌아가는 방법과 살레르노를 거쳐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렌토로 돌아가는 방법은 SITA 버스를 타고 거쳐왔던 도시들을 다시 되짚어 가는 것이라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좌석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살레르노로 가는 길은 시간도 40여분 정도 단축할 수 있고, SITA 버스 말고도 나폴리행 기차편도 있어 잘 하면 남는 시간동안 잠시 시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살레르노로 향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