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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스페인 여행 ⑥ 스페인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발렌시아'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에 한 군데 정도 더 들러도 좋을 시간이 남았다. 스페인 지도를 펴고 그라나다 인근 도시들을 훑어본다. 천애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말라가(Malaga)나 스페인 내에서 가장 훌륭한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세비야(Sevilla) 정도가 위치상으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는 발렌시아(Valencia)라는 도시로 결정됐다. 이유는 단 하나, 당장 출발할 열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특별한 목적 없이 찾은 발렌시아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발렌시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발렌시아 탐험은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 기운조차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이 시각에 문을 열만한 곳은 성당 정도가 아닐까? 지도를 펼쳐 근처의 ..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④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로카' 신트라를 찾는 여행객 중 대부분은 포르투갈 최대 휴양지인 카스카이스(Cascais)나 유럽 대륙의 최서단인 로카곶(Cabo Da Roca) 중 한 곳을 들른다. 버스 노선이나 관광객 수에서는 카스카이스가 월등히 앞서지만, 신트라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유럽 대륙 최서단(the westernmost point of Europe)이라는 상징적 의미 탓에 로카곶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로카곶을 가려면 신트라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40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아침 6시33분부터 저녁 7시55분까지 총 11번 운행하는 이 버스는 갈라마레스(Galamares), 콜라레스(Colares), 알모카게메(Almocageme), 아조이아(Azoia)를 거쳐 로카곶으로 들어선다. 신트라 기차역에서..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⑬ 잊을 수 없는 섬과 바다의 기억 ‘카프리’ 물감을 풀어놓은 듯 은은한 파란 빛 바다 위에 다듬다 만 조각상처럼 솟아 있는 카프리 섬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방치된 듯 질서 정연하고, 꾸민 듯 수수한 풍경들은 차라리 신비스럽다. 로마 제국의 티베리우스 황제가 왜 로마를 떠나 이 곳에 은둔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카프리는 이미 2,000여년 전부터 ‘지독히 매력적인’ 섬이었던 것이다. 카프리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서두르게 된다. 대충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폴리 중앙역에서 산타루치아 항구행 버스에 오른다.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한 만원 버스는 이리 저리 골목을 누비다가 20여분이 지나서야 산타루치아 항구 옆 카스텔 델로보(일명 달걀성) 앞에 내려준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항구는 한산하다. 시..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⑫ ‘살레르노’에서 길을 잃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보통은 임기응변으로 적절히 대응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무척 당황해 갈팡질팡할 때도 있다. 살레르노는 내게 있어 후자에 가까웠던 도시다. 살레르노로 향하게 된 건 순전히 나폴리로 가기 위한 경유 목적이었다. 아말피에서 나폴리로 가는 방법은 소렌토로 되돌아가는 방법과 살레르노를 거쳐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렌토로 돌아가는 방법은 SITA 버스를 타고 거쳐왔던 도시들을 다시 되짚어 가는 것이라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좌석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살레르노로 가는 길은 시간도 40여분 정도 단축할 수 있고, SITA 버스 말고도 나폴리행 기차편도 있어 잘 하면 남는 시간동안 잠시 시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살레르노로 향할 ..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⑪ 세계 10대 지상 낙원 ‘아말피 해안’ 아마존 밀림이나 아프리카 세랭게티 평원과 같이 자연의 경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보다는 런던, 뉴욕과 같은 대도시나 로마, 아테네와 같은 문화 유적지에 더 관심이 많은 탓에 아말피 해안은 원래 이번 일정에 없었다. ‘만약 시간이 남는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출국 전 인터넷에서 뒤적여본 적이 있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아말피 해안에 들르게 된 건 순전히 이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아말피 해안은 그저 해돋이나 구경하는 해안가가 아니라,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행복이 묻어나는 도시였다. ‘바다와 더불어 사는 도시’, 이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나의 일정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아말피 해안으로 떠나기 위해 일찍부터 나폴리를 출발한다. 매 20분마다 ..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⑩ 잃어버린 도시 ‘폼페이’에서의 하루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하루 아침에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린 폼페이와 관련된 각종 자료집을 읽고 있을 때였다. 나폴리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은 굳이 돌무더기만 가득한 폼페이에는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괜히 시간 버리고 맘 상하느니,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가서 ‘진짜 볼거리’를 보겠다고 으스댄다. 사실 폼페이에서 발굴된 주요 유물은 그의 말처럼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고스란히 모셔져 있다. 예술적 가치가 충분한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는 물론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생활용품과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물을 망라한다. 바꿔 말하면 폼페이 유적지에서는 이러한 고고학적 유물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계획은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아..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⑨ 화려했던 역사가 그리운 남부 최대 항구도시 ‘나폴리’ 그리스인들이 개척하고, 로마인들이 향유했던 아름다운 휴양지 ‘나폴리’. ‘나폴리를 보고 죽자’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도시이건만, 내 기억 속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거리가 먼저 떠오른다. 내가 나폴리에 머문 기간은 사흘. 하지만 하루는 폼페이에, 하루는 쏘렌토-포시타노-아말피-살레르노에, 마지막 하루는 카프리를 다녀오느라 사실상 나폴리를 둘러본 건 반나절 정도에 불과하다. 기막힌 나폴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보메로 언덕도,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이자 폼페이 유적 대부분을 접할 수 있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도,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양식의 각종 성당들을 둘러볼 기회도 없었다. 매일 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깐씩 시내를 둘러..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⑧ 비잔틴 문화의 보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 게르만족에 쫓겨 바다 위에 나무판과 기둥을 설치하고 주거지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118개의 섬이 150여개의 운하와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된 ‘베네치아’. 매년 2월 개최되는 카니발과 늦여름에 열리는 국제 영화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 베네치아는 1,500여년 전부터 시작된 비잔틴 문화를 여전히 간직한 채 바다 위에 요새처럼 떠 있는 ‘물의 도시’ 바로 그것이다. 내가 베네치아를 찾은 건 따사로운 봄볕이 막 쏟아지던 5월이다. 밀라노에서 아침 6시 55분발 기차를 탄 덕분에 오전 9시 30분경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 내릴 수 있었다. 비가 올 거라는 기상 예보와는 달리 맑은 하늘이다. 배포용 여행자 지도도 구하고, 유럽 여행 중인 후배도 만날 겸(기차역에서 오전 10시에 ..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⑦ 현대 이탈리아의 자화상 '밀라노 공화국' 밀라노를 찾은 건 순전히 두오모를 보기 위해서다. 물론 전세계 패션의 메카이자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라는 사실만으로도 밀라노를 찾을 이유는 충분했지만, 그보다는 고딕 양식의 걸작이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두오모를 보려는 게 진짜 이유였다. 그런데 나의 밀라노 여행은 시작부터 난관을 겪게 된다. 피렌체에서 만난 배낭여행객들로부터 밀라노 두오모가 현재 커다란 장막으로 덮힌 채 공사가 한창이라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갈지 말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공사중인 두오모라도 보기 위해 가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이왕 가는 것 좀 더 부지런을 떨자는 생각에 새벽같이 일어나 기차역을 향했다. 일찌감치 서두른 탓에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S.M.N)역에서 6시발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밀라노에 도착..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⑤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피렌체'의 나침반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위대한 예술가들의 고향 피렌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은 여행을 시작한 지 4일째 되던 날 오전 10시경이었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이들이 하나같이 반드시 여행 일정에 넣어야 한다며 간섭할 때만 하더라도 스페인 똘레도처럼 그저 ‘역사적 가치’ 때문이라고 단정했었다. 하지만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첫 여정을 시작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지금껏 봐왔던 성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울퉁불퉁한 외관을 대패로 깎아놓은 듯 평면적인 느낌의 이 성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도미니코회의 성당이라는 부가 설명과는 달리, 성당 정면에 장식된 흰색과 녹색 대리석 때문인지 르네상스의 기운이 더 짙게 느껴진다. 그러나 안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