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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South Africa)

남아공 여행 ⑦ 케이프 타운의 자랑 ‘테이블 마운틴’과 ‘캠스 베이’



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케이프 타운(Cape Town)은 이집트의 카이로(Cairo)와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덕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더러, 볼거리도 풍부하다. 그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케이프 반도(Cape Peninsula) 북서쪽에 위치한 테이블 마운틴(Table Moutain)과 최남단의 희망봉 자연보호구역(Cape of Good Hope Nature Reserve). 두 곳 모두 남아공 정부와 유네스코(UNESCO)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만약 케이프 타운에 머물 시간이 안타깝게도 이틀밖에 없다면, 적어도 이 두 곳만큼은 반드시 들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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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테이블 마운틴 국립공원’

테이블 마운틴은 시내 중심에서 자가용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어 여행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 명소들이 그렇듯, 이 곳 역시 아침 일찍 출발하지 않는다면 매표소에서 한 두시간은 꼬박 기다려야 한다. 나의 경우 오전 8시 50분경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0가 되어서야 겨우 케이블카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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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m의 산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여분. 하지만 절로 감탄이 나오는 주위 경관들을 감상하다 보면 1분도 채 안 되는 느낌이 든다. 특히 케이블카 자체가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테이블 마운틴의 깎아지른 절벽은 물론, 잔잔한 테이블 베이(Table Bay), 남아공 인종분리정책(Apartheid) 시절 정치범 수용소로 유명했던 로빈 아일랜드(Robben Island), 시그널힐(Signal Hill, 350m)과 테이블 마운틴 사이에 위치한 라이언스 헤드(Lion’s Head, 669m), 그리고 케이프 타운 시내 전경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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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테이블 마운틴은 남동풍이 산 비탈을 따라 상승하면서 공기가 차갑게 변해 만들어진 수증기로 인해 생성된 지형학적 구름, 일명 '테이블 클로스(Table Cloth)'로 인해 자주 시야가 가려지곤 한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에는 듬성듬성 떠 있던 구름들이 모두 사라져 기막힌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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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내려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는 오른쪽 산책로로 들어선다. 케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바라보는 캠스 베이(Camps Bay)는 정말 숨막힐 듯 아름답다. 5월의 따가운 햇빛 만큼이나 눈부신 백사장과 세상의 모든 파란 빛을 삼켜버린 듯한 대서양은 정말 환상의 조합이다. 어찌 이 장관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겠는가? 잠시 바위에 앉아 넋을 잃고 바라본다. 하늘, 바다, 백사장, 파도, 나무, 절벽, 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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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절벽과 야생 생태계의 보고

테이블 마운틴에서의 또 다른 감동은 평평한 정상 곳곳에 피어 있는 낯선 꽃들과 키 낮은 관목들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답게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한 식물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남아공의 상징인 '프로우티어(Protea)'다. 분홍빛 커다란 꽃봉오리는 마치 산에 피는 연꽃마냥 우아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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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펼쳐진 파인보스[Fynbos, 아프리카어로 '좋은 관목(fine bush)'이라는 뜻]는 이 곳 정상의 날씨와 토양 조건이 얼마나 혹독한지 보여준다. 하나같이 키가 작은 것은 물론, 소나무처럼 잎사귀 또한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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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위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락 다씨(Rock Dassie)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캠스 베이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쪽에서 많이 발견된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야생 들쥐이건만, 혈통을 따져보면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코끼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사람들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편이다. 아마도 매번 자신들을 향해 던지는 플래시가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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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그랜드캐년을 연상시키는 기암절벽들은 이곳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장치다. 덕분에 암벽등반을 즐기는 이들이나 단체로 하이킹을 온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사실 동행이 있다면 가파른 협곡을 둘러보는 하이킹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진 ‘케이프 식물지리구(Cape Floral Kingdom)’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도 있다니, 일석이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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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정류장 옆에 위치한 카페는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유일하게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자,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대서양을 내려다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그것은 8.5란드(약 1,400원)의 가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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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백사장과 투명한 바다의 유혹 ‘캠스 베이’

다음 행선지로 선택한 곳은 캠스 베이, 케이프 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매표소 앞에 정차 중인 리키(Rikki)-동남아 지역의 3륜 공용택시 툭툭(Thuk Thuk)을 연상시키는 남아공의 4륜 공용택시-에 오른 지 겨우 10분, 벌써 야자수나무로 둘러 쌓인 캠스 베이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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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스 베이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구걸하는 흑인들이 매우 많다. 이들은 관광객을 발견하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바람에 간혹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순수하게’ 구걸만 할 뿐, 소매치기나 강도가 아니므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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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스 베이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 맑고 투명한 바다, 그리고 병풍처럼 해변을 에워싸고 있는 12사도 산맥(Twelve Apostles mountain range)은 로맨스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그림이다. 언제나 사납고 거친 바다로 각인돼 온 대서양도 이 곳에서만큼은 한 없이 고요하고 잔잔하다. 백사장의 경사 또한 완만해서, 나처럼 바다 수영이 서툰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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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타운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이 곳 캠스 베이가 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맨발로 백사장을 거니는 게 가장 좋았지만, 야자수 나무가 늘어서 있는 해변도로나, 산 비탈에 세워진 고급 주택가도 근사한 산책로다. 이렇게 걷다 보면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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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쇼핑/관광지구 ‘워터프론트’

테이블 마운틴과 캠스 베이에서 너무 오래 머문 탓에 이 날의 마지막 행선지는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빅토리아 & 알버트 워터프론트(Victoria & Albert Waterfront)로 결정했다. 상업화된 관광지구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호텔,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부띠끄들로 가득하다. 정차할 곳을 묻는 리키 기사에게 노벨 광장(Nobel Square)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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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베이신(Alfred Basin)의 북부 선창가(North Quay)에 위치한 노벨 광장에는 4명의 남아공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알버트 루툴리(Abert Luthuli),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그리고 전직 대통령인 프레드릭 윌리암 드 클럭(FW De Klerk)과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비록 수상 시기는 다르지만, 네 명 모두 남아공의 뿌리 깊은 인종분리정책(Apartheid)에 대항한 공로를 인정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렇게 이들을 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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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서 바라보면서, 그들이 그토록 저항했던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노벨 광장에서 빅토리아 베이신(Victoria Basin) 방향으로 걷다 보면 하얀 색 현수교가 보이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워터프론트의 상징인 시계탑(Clock Tower)과 마주친다. 비규칙적인 8각형의 이 매력적인 고딕 건물은 현재 여행안내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항구 책임관(Port Captain)의 사무실이었다고 한다.

차츰 어두워지면서 이 곳 워터프론트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현지인에 따르면 밤 10시쯤이면 유럽 어느 도시 못지 않은 클럽 문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직 시간이 제법 남은 탓에 주위에는 저녁 외식을 나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 사이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