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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이탈리아 여행 ① 고대 로마의 알파와 오메가 '일곱 개의 언덕'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준 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이 지금까지와의 여행들과는 달리, 문화 유적 답사적인 성격을 띠게 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로마의 경우 처음부터 관광지나 찾아다니는 식의 루트는 생각지도 않았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화두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의 로마 여행은 그 발상지인 퀴리날네, 비미날레, 에스퀼리노, 카피톨리노, 팔라티노, 첼리오, 아벤티노 등 해발고도 50미터도 안되는 일곱 개의 언덕을 오르는 ..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③ 신이 내린 선물 '신뜨라'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자리라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바로 ‘신트라(Sintra)’다. 장담컨대 강렬한 색채와 기괴한 조각상으로 가득찬 사진을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도저히 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게 된다. 신트라행 기차를 타기 위해 로씨오 기차역으로 향하는 순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사실 포르투갈을 오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신트라’였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본 신트라는 마치 ‘천공의 섬 라퓨타’가 지상에 내려 온 듯한 느낌이었다. 로씨오 기차역은 숙소 바로 옆이라 걸은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 깜찍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발코니와 고딕 양식의 뾰족한 첨탑들이 어우러진 로씨오 기차역은 기차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근사한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편자를 세워놓은 듯한..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② 트램으로 즐기는 '리스본 1day 자유투어' 트램(tram)은 우리 나라에서는 영화 세트장이나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낯선 교통수단이지만, 유럽에서는 평범한 대중교통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트램에서만 느껴지는 여행의 묘미가 있다. 특히 리스본에서라면 트램은 훌륭한 여행 안내자가 된다. 비록 비좁은 공간과, 느린 속도에 짜증이 날지언정, 시내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트램은 버스나 지하철보다 편리하다. ◆ 28번 트램 하나면 '리스본 투어도 O.K!' #12, #15, #18, #25, #28 등 총 5개의 트램 노선이 있다. 그 중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유명한 명소 곳곳을 연결하고 있어, 일일투어 교통 수단으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28번 트램을 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리스본 대성당(Se Cathedral)이다. 1755년 대지진..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①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여는 '리스본'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같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만큼이나 매우 이질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수 천 년에 걸쳐 서로의 역사에 영향을 미쳐 왔기에 전혀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나라를 모두 가본 사람이라면 그 미묘한 차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정열적이고 과시적인 느낌의 ‘플라멩코(Flamenco)’와 애절하고 자기성찰적인 분위기의 ‘파두(Fado)’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고, 따뜻하고 교태로운 ‘지중해’와 거칠고 도전적인 ‘대서양’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르투갈 여행의 첫 번째 도시인 ‘리스본’의 첫인상은 왠지 모르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연상시켰다. 현대적인 도시 풍경도 그렇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⑤ 화려한 알함브라 궁전의 기억 ‘그라나다’ 스페인 그라나다는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 역시 그라나다를 찾은 이유는 순전히 알함브라를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라나다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준 알함브라 궁전 외에도, 다른 유럽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향취를 갖고 있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전 9시경. 기차 길 옆에 위치한 코인 라커에 짐을 넣으려는데, 지금까지 본 것과는 전혀 다르다. 영어 한 마디 적혀 있지 않은 라커를 붙잡고 씨름을 하던 중, 청소부 아저씨가 힐끗 쳐다본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가벼운 인사(올라, hola∼)를 건네며, 도움을 청했다. 궁하면 통한댔던가? 아저씨는 이런 일이 늘상 있었다는 듯이 동전을 받아 쥐고,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 그러자 그 곳에서 독특한 모양의 코인이 하나 나온다. ..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④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 유명한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전부였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바르셀로나야말로 반드시 찾아야 할 도시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셀로나가 스페인 제 2의 수도여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 도시여서도 아니며, 화려한 분수쇼와 플라멩고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바르셀로나가 배출한, 아니 바르셀로나를 조각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 (Antonio Gaudi y Cornet)' 때문이다. 바로셀로나 산츠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7시 30분경, 마드리드 차마르틴역을 떠난 지 꼬박 9시 30분만이다. 서머타임이 끝난 때문인지 바깥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숙소 체크인을 하기..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③ 중세 도시 '톨레도'로의 여행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라면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사진으로 먼저 본 톨레도는 마치 중세시대 어느 한 시점에 멈춰버린 듯 무채색의 건조한 도시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진들이 결코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톨레도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직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톨레도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쉽게 찾을거라 예상했던 버스 정류장은 '공사중'이라는 의외의 암초를 만나 처음부터 삐걱 거렸다. 보통 공사 중일 때에는 대체 이용 가능한 정류장 명을 적어놓기 마련인데, 이 곳에서는 어떠한 안내문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몇몇 관광객들이 현지인들을 붙잡고 "톨레도"를 외쳐댔지만 누구 하나 시원스레 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관광객 중 한명이 간신히 몇마디 스페인어를 알아듣고 임시 버..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② 유럽 회화의 황금기로 안내하는 '프라도 박물관' 파리와 런던이 루브르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듯, 마드리드 역시 프라도 박물관 하나만으로 도시 브랜드가 2배, 3배 아니 그 이상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넓고 매력적인 공간은 루브르의 "모나리자"나 대영 박물관의 "로제타스톤"처럼 전체 전시물을 압도할 만한 상징물은 없지만, 덕분에 모든 작품들이 두루두루 사랑받는다. 물론 대부분의 방문객들의 시선은 가장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3층에 집중되지만 말이다. 내가 프라도 박물관을 찾은 건 마드리드에 도착한 이튿날이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모두들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겠지만, 난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아또차역으로 향한다. 시계의 초침이 이제 막 9시를 넘어서는 순간, 저멀리..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① 이베리아반도의 시작과 끝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물(혹은 성)들, 그리스의 조각을 닮은 석상들과 넓은 공원, 도시 곳곳에 세워진 기념탑과 개선문 모두 유럽 여느 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유난히 분수가 많고, 물이 깨끗하다는 사실이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물을 사먹는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스페인 상점에서도 생수는 팔지만, 보통은 도심 곳곳에 있는 분수대(관상용이 아닌 식수용)에서 물을 받아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스페인 여행 기간동안 적어도 물 값은 아낀 셈이다(대략 500ml 크기의 생수 하나가 1유로 정도 하니까 상당한 절약이 된다). "그렇다면 겨우 물 말고는 별반 못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