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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광장

이탈리아 여행 ③ 슬프도록 아름다운 로마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로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장소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판테온, 카피톨리노 박물관보다는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바티칸 박물관, 산 삐에뜨로 성당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 같은 영화 때문일 수도 있고, 천양지차의 보존 상태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많은 여행객들이 로마에 다시 오고 싶어하는 이유가 지중해를 제패했던 고대 로마의 흔적보다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로마의 르네상스 및 바로크 예술(회화, 조각, 건축 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르네상스의 발원지는 로마가 아닌 피렌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피렌체보다 더 르네상스적이다. 피렌체의 후원자가 메디치 가문인 반면, 로마의 후원자는 바로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로마를 가톨릭의 본거지로 재건하..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② 폐허 속에서 들리는 로마 제국의 숨소리 로마처럼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있을까? 스페인 광장 앞 콘도티 거리의 화려한 명품가를 걷다보면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가 로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시스티나 거리를 지나 바르베리니 광장에만 들어서도 과거 르네상스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델라 로톤다 광장에 들어서면 로마의 시계는 몇 세기가 아니라 1,90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광장 한 켠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판테온은 과거 로마 제국의 위용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여러 개의 시계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도시 '로마'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대를 억지로 분리시켜 감상하고자 하는 나와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① 고대 로마의 알파와 오메가 '일곱 개의 언덕'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준 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이 지금까지와의 여행들과는 달리, 문화 유적 답사적인 성격을 띠게 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로마의 경우 처음부터 관광지나 찾아다니는 식의 루트는 생각지도 않았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화두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의 로마 여행은 그 발상지인 퀴리날네, 비미날레, 에스퀼리노, 카피톨리노, 팔라티노, 첼리오, 아벤티노 등 해발고도 50미터도 안되는 일곱 개의 언덕을 오르는 ..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① 이베리아반도의 시작과 끝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물(혹은 성)들, 그리스의 조각을 닮은 석상들과 넓은 공원, 도시 곳곳에 세워진 기념탑과 개선문 모두 유럽 여느 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유난히 분수가 많고, 물이 깨끗하다는 사실이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물을 사먹는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스페인 상점에서도 생수는 팔지만, 보통은 도심 곳곳에 있는 분수대(관상용이 아닌 식수용)에서 물을 받아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스페인 여행 기간동안 적어도 물 값은 아낀 셈이다(대략 500ml 크기의 생수 하나가 1유로 정도 하니까 상당한 절약이 된다). "그렇다면 겨우 물 말고는 별반 못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