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를 찾는 여행객 중 대부분은 포르투갈 최대 휴양지인 카스카이스(Cascais)나 유럽 대륙의 최서단인 로카곶(Cabo Da Roca) 중 한 곳을 들른다. 버스 노선이나 관광객 수에서는 카스카이스가 월등히 앞서지만, 신트라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유럽 대륙 최서단(the westernmost point of Europe)이라는 상징적 의미 탓에 로카곶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로카곶을 가려면 신트라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40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아침 6시33분부터 저녁 7시55분까지 총 11번 운행하는 이 버스는 갈라마레스(Galamares), 콜라레스(Colares), 알모카게메(Almocageme), 아조이아(Azoia)를 거쳐 로카곶으로 들어선다. 신트라 기차역에서 탔다면 45분 정도면 충분하다.
403번 버스는 우리 나라 우등 버스보다 넓고 쾌적하다. 다만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여행객보다 주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조금은 추레한 복장의 어른들과 교복을 입은 앙증맞은 꼬마들이 신기한 듯 서너명의 중국인과 나를 자꾸만 쳐다본다.
버스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 드디어 목적지에 들어선다. 빨간 색 등대와 몇 채의 소박한 집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는 이 곳이 바로 '로카곶'이다. 어쩌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지도 모르는 이 작은 마을은 세찬 바닷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평화로운 모습이다.대서양을 끼고 길게 나 있는 자갈길을 걸어 이 곳이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임을 알리는 기념비 앞에 선다. 기념비에는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북위 38'47, 서경 9'30, 고도 140m임을 알리는 글귀와 함께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위대한 시인 카모에스(Luis Vaz de Camões)가 남긴 한 구절이 적혀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 (여기…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어쩌면 이 구절만큼 포르투갈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과거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을 개척하며 대항해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브라질의 독립 이후 유럽 2등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대서양을 안고 있는 이 국가의 기회이자 한계였던 셈이다.
깎아놓은 듯한 절벽을 따라 걸으며, 세찬 바람에 출렁이는 대서양을 바라본다. 카모에스의 말처럼 이 곳에서 보이는 건 오로지 파란 바다와 하늘뿐이다. 덕분에 마음은 한결 넓고 쾌적해진다.
한참을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몸도 녹일 겸 버스 정류장 옆 여행안내소로 들어선다. 이 곳에서는 유럽 최서단에 다녀갔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는데, 5유로(A4 2장), 10유로(A3 2장) 두 가지가 있다. 워낙 기념품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안내소를 나선다.
운 좋게도 안내소를 나서자마자 신트라행 버스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버스에 있는 사람들은 지역 주민들과 하교길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또 다시 울퉁불퉁한 도로를 따라 신트라를 향한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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