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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이탈리아 여행 ④ 바티칸에서 들려오는 미켈란젤로의 메아리 로마에 하루밖에 머물 수 없다면 어디를 가야하는가? 통일된 답변을 찾기란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가장 많은 추천지는 바티칸 시국(바티칸 박물관, 산 삐에뜨로 성당 및 광장)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로마에서 가장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결정체인 바티칸 시국을 찾은 건 로마에 도착한 지 두 번째 날이 되어서다. 워낙 긴 대기줄로 악명 높은 곳이라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부산을 떨며, 서둘러 떼르미니역에서 64번 버스에 올랐다.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거의 만원이다. 행여나 지나칠세라 두리번거렸건만 결국 버스 종점까지 가고야 말았다. 버스 종점에서 바티칸 박물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③ 슬프도록 아름다운 로마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로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장소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판테온, 카피톨리노 박물관보다는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바티칸 박물관, 산 삐에뜨로 성당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 같은 영화 때문일 수도 있고, 천양지차의 보존 상태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많은 여행객들이 로마에 다시 오고 싶어하는 이유가 지중해를 제패했던 고대 로마의 흔적보다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로마의 르네상스 및 바로크 예술(회화, 조각, 건축 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르네상스의 발원지는 로마가 아닌 피렌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피렌체보다 더 르네상스적이다. 피렌체의 후원자가 메디치 가문인 반면, 로마의 후원자는 바로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로마를 가톨릭의 본거지로 재건하..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② 폐허 속에서 들리는 로마 제국의 숨소리 로마처럼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있을까? 스페인 광장 앞 콘도티 거리의 화려한 명품가를 걷다보면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가 로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시스티나 거리를 지나 바르베리니 광장에만 들어서도 과거 르네상스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델라 로톤다 광장에 들어서면 로마의 시계는 몇 세기가 아니라 1,90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광장 한 켠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판테온은 과거 로마 제국의 위용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여러 개의 시계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도시 '로마'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대를 억지로 분리시켜 감상하고자 하는 나와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① 고대 로마의 알파와 오메가 '일곱 개의 언덕'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준 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이 지금까지와의 여행들과는 달리, 문화 유적 답사적인 성격을 띠게 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로마의 경우 처음부터 관광지나 찾아다니는 식의 루트는 생각지도 않았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화두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의 로마 여행은 그 발상지인 퀴리날네, 비미날레, 에스퀼리노, 카피톨리노, 팔라티노, 첼리오, 아벤티노 등 해발고도 50미터도 안되는 일곱 개의 언덕을 오르는 ..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③ 신이 내린 선물 '신뜨라'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자리라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바로 ‘신트라(Sintra)’다. 장담컨대 강렬한 색채와 기괴한 조각상으로 가득찬 사진을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도저히 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게 된다. 신트라행 기차를 타기 위해 로씨오 기차역으로 향하는 순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사실 포르투갈을 오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신트라’였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본 신트라는 마치 ‘천공의 섬 라퓨타’가 지상에 내려 온 듯한 느낌이었다. 로씨오 기차역은 숙소 바로 옆이라 걸은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 깜찍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발코니와 고딕 양식의 뾰족한 첨탑들이 어우러진 로씨오 기차역은 기차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근사한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편자를 세워놓은 듯한..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② 트램으로 즐기는 '리스본 1day 자유투어' 트램(tram)은 우리 나라에서는 영화 세트장이나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낯선 교통수단이지만, 유럽에서는 평범한 대중교통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트램에서만 느껴지는 여행의 묘미가 있다. 특히 리스본에서라면 트램은 훌륭한 여행 안내자가 된다. 비록 비좁은 공간과, 느린 속도에 짜증이 날지언정, 시내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트램은 버스나 지하철보다 편리하다. ◆ 28번 트램 하나면 '리스본 투어도 O.K!' #12, #15, #18, #25, #28 등 총 5개의 트램 노선이 있다. 그 중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유명한 명소 곳곳을 연결하고 있어, 일일투어 교통 수단으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28번 트램을 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리스본 대성당(Se Cathedral)이다. 1755년 대지진.. 더보기
포르투갈 여행 ①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여는 '리스본'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같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만큼이나 매우 이질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수 천 년에 걸쳐 서로의 역사에 영향을 미쳐 왔기에 전혀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나라를 모두 가본 사람이라면 그 미묘한 차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정열적이고 과시적인 느낌의 ‘플라멩코(Flamenco)’와 애절하고 자기성찰적인 분위기의 ‘파두(Fado)’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고, 따뜻하고 교태로운 ‘지중해’와 거칠고 도전적인 ‘대서양’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르투갈 여행의 첫 번째 도시인 ‘리스본’의 첫인상은 왠지 모르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연상시켰다. 현대적인 도시 풍경도 그렇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⑤ 화려한 알함브라 궁전의 기억 ‘그라나다’ 스페인 그라나다는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 역시 그라나다를 찾은 이유는 순전히 알함브라를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라나다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준 알함브라 궁전 외에도, 다른 유럽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향취를 갖고 있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전 9시경. 기차 길 옆에 위치한 코인 라커에 짐을 넣으려는데, 지금까지 본 것과는 전혀 다르다. 영어 한 마디 적혀 있지 않은 라커를 붙잡고 씨름을 하던 중, 청소부 아저씨가 힐끗 쳐다본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가벼운 인사(올라, hola∼)를 건네며, 도움을 청했다. 궁하면 통한댔던가? 아저씨는 이런 일이 늘상 있었다는 듯이 동전을 받아 쥐고,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 그러자 그 곳에서 독특한 모양의 코인이 하나 나온다. ..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④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 유명한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전부였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바르셀로나야말로 반드시 찾아야 할 도시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셀로나가 스페인 제 2의 수도여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 도시여서도 아니며, 화려한 분수쇼와 플라멩고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바르셀로나가 배출한, 아니 바르셀로나를 조각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 (Antonio Gaudi y Cornet)' 때문이다. 바로셀로나 산츠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7시 30분경, 마드리드 차마르틴역을 떠난 지 꼬박 9시 30분만이다. 서머타임이 끝난 때문인지 바깥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숙소 체크인을 하기.. 더보기
스페인 여행 ③ 중세 도시 '톨레도'로의 여행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라면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사진으로 먼저 본 톨레도는 마치 중세시대 어느 한 시점에 멈춰버린 듯 무채색의 건조한 도시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진들이 결코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톨레도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직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톨레도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쉽게 찾을거라 예상했던 버스 정류장은 '공사중'이라는 의외의 암초를 만나 처음부터 삐걱 거렸다. 보통 공사 중일 때에는 대체 이용 가능한 정류장 명을 적어놓기 마련인데, 이 곳에서는 어떠한 안내문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몇몇 관광객들이 현지인들을 붙잡고 "톨레도"를 외쳐댔지만 누구 하나 시원스레 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관광객 중 한명이 간신히 몇마디 스페인어를 알아듣고 임시 버.. 더보기